캠핑 그.럼.에.도.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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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캠핑의 시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60만명에 불과했던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해 기준 200만명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300만 명을 내다본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그러면 ‘왜 이렇게 갑자기 캠핑이 유행을 넘어 트렌드가 되고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을까?’‘과연 그만큼 매력 있는 활동인가?’ 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캠핑 후기는 정말 아름다고 힐링이 되며, 신나고 재미있는 안락한 휴식처럼 묘사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 마음먹고 떠나보면 그렇게 녹록치 않다.

제일 먼저 아빠의 캠핑부터 시작해 보자 아빠는 텐트를 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원터치 텐트가 아닌 이상 혼자서 텐트를 치기란 불가능 할 정도로 힘이든 일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힘을 합쳐 텐트를 칠 것 같은가? 그런 환상은 접어두길 바란다. 자녀들은 아직 텐트를 치기엔 어리다. 그렇다고 텐트 치는 걸 도울 만큼 성장한 아이는 더 이상 캠핑에 따라 나서지 않는다. 그렇다면 엄마는? 다 알다시피 도움이 안 된다. 텐트는 온전히 아빠의 몫이다. 텐트를 치고 나면 바비큐 구이와 저녁 밥 짓기가 남아있다. 술 한 잔 하고 잠이 들어 아침이 되면 힘들게 친 텐트를 다시 걷어야 된다. 모두 다 느끼는 거겠지만 이 작은 가방 안에 어떻게 텐트가 들어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안 들어가진다. 짐 옮기기와 운전 얘기는 빼도록 하자. 그럼 엄마는 여왕 대접 받으며 자연 속에서 힐링을 했을까? 대부분의 캠핑장은 화장실도 샤워실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악취와 싸우며 힘들게 민생고를 해결 하는 순간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벌레와 곤충 (뭐 같은 말이지만 여자들은 확실히 구분한다.), 확률은 낮지만 뱀 이나 쥐라도 마주하게 된다면 일생일대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설령 자연친화적인? 엄마들은 본인은 괜찮다 치더라도 온갖 해충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려면 에프킬라와 모기향으로 무장하고 고군분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스런 아이들은 과연 캠핑을 좋아 할까? 정확하게 집어말해보면,.아이들은 노는 건 무조건 좋아한다. 딱히 캠핑이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왜 캠핑 인구는 날로 늘어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은 말로 할 수 없는 매력이 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캠핑 인구의 증가는 레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이에 따른 여가 시간의 변화를 들 수 있다.먼저 레저에 대한 인식변화를 들여다보자. 가계 빚 1000조 시대다. 가구당 빚이 4000만원 이상 씩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주말만 되면 연휴만 되면 모두들 어디론가 떠난다. 그 돈은 어디서 났을까? 빚내서라도 시간이 생기면 놀러간다. 인생을 즐기려는 인식의 변화는 레저 산업의 부흥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여기에 여가시간의 변화는 여가 활동의 횟수의 증가와 함께 여가 활동 일수를 증가 시키고 목적지를 장거리화 시켰다. 주5일 근무제 주 5일 수업제와 대체 휴일제 등 여가 시간의 확대는 곧 캠핑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일단 놀러 가면 자고 와야 되는데 캠핑만큼 싼 숙박시설(따지고 보면 그리 싼 것도 아니다)은 없으니까 말이다. 뭐 물론 개인 중심의 취미 활동에서 가족 중심의 취미활동으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도 한 몫 하였지만 가족을 위한다는 건 아웃도어 회사의 마케팅 문구로나 어울리는 건 아닌지 이쯤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쉽게 풀자면, 갑자기 시간이 생겼는데 딱히 할 건 없고 남들 다 놀러 다니는데 부럽긴 하고 저렴한 금액에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건 뭐 없을까 하고 있는 군중들의 속내를 정확하게 집어낸 아이템이 바로 캠핑이라는 말이다.

결론을 내자면 ‘캠핑인구 300만명 시대 가족과 함께 멋진 추억을 만드세요!’ 이런 광고 문구에 혹해서 또는 나만 시대에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캠핑을 시작하려면 어서 그만 두시라는 말이다. 가계 빚 1000조 시대에 비싼 캠핑장비 사두고 몇 번 써보지도 못할게 뻔하고 캠핑장가서 밤늦게 까지 술 먹고 고성방가하며 민폐 끼칠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캠핑은 일종의 일탈이다. 일상에서 탈출해 삶에 잠시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위안이 되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 활동이다. 하지만 가기 전에 나는 캠핑을 왜 가는지 한번 생각은 해보고 가자.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한 가지만 정해 놓으면 진짜 캠핑이 시작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짐 싸는 시간부터 즐겁다면 당신은 진짜 캠핑을 즐길 준비가 된 사람이다.

앤서니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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