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결의 이 한권의 책]
이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왜 대한민국의 보수 정권들은 하나같이 실패로 끝났는가? 이승만의 망명, 박정희의 피살, 전두환의 무기징역, 노태우의 징역 17년, 김영삼의 IMF 환란, 이명박의 징역 17년, 박근혜의 탄핵과 징역 20년, 그리고 윤석열의 내란 수괴 피의자 전락까지. 이 비극적 연쇄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해방 이후 우익의 계보를 씨줄로, 역사와 시대에 대한 통찰을 날줄로 현대사를 재구성한다. 그 분석은 충격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다. “해방 후 지향점을 찾지 못하던 대한민국의 모든 우익 진영이 최종적으로 결집해서 매국 우파가 됐습니다. (…) 이들을 뒷받침하는 뉴라이트 이론이 허위와 조작으로 구성됐기에 토론이나 논거를 매우 싫어하며, 그냥 주장하고 믿으라고 요구합니다.”(p.25)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뉴라이트의 형성과 변질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두 가지 핵심적인 흐름을 포착한다. 하나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안병직 등 학계 인사들의 계보다. “안병직과 낙성대경제연구소의 뒷배가 일본 극우”(p.87)라는 지적은 이들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낸다.
□ 백결의 한 줄평 :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보수의 실체를 날카롭게 해부한 역작. 현대사 연구자, 정치인,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 백결의 점수 : ★★★★★ (Why? 해방 이후 우익 세력의 계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현재 한국 보수의 근본적 문제점과 대안을 명확히 제시했으며, 특히 뉴라이트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쳐 현대 한국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통찰을 제공해서)
□ 백결이 감명 깊게 읽었던 구절들 : “우리는 보수, 보수세력의 부작용이 클수록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역사의 반작용, 시민의 힘으로 보수 세력이 개편되고 바뀔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수는 보수로 극복되지 않습니다. 오직 깨어있는 시민이 그들의 무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옮겨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p.154)
다른 하나는 NL 주사파의 전향 과정이다. “민족해방을 최대 과제로 인식한 NL 진영과 그 분파인 NL 주사파는 1986년에 본격화한 지 불과 3년 만인 1989년 전대협을 결성, 대한민국 변혁 세력의 중심체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확신한 변혁 노선은 10년도 가지 않았습니다.”(p.64) 김영환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변절은 “민주주의와 민족 같은 ‘가치’는 자본과 물신이 춤추는 ‘현실주의적 기회주의’로 대체”(p.100~101)되는 과정이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진행형인 뉴라이트의 영향력이다. “신자유주의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대한민국에서는 뉴라이트 집단에 의해 정치적으로 재기했습니다.”(p.54) 2024년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4대 정부 출연 역사 기관장을 모두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인사로 임명한 것은 이들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진정한 보수의 길을 찾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1987년 대한민국헌법 전문에 명시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가치와 정신 계승, 둘째, 종전 보수 세력이 방기한 자존의 자세 확립, 셋째, 조소앙 선생이 제시한 삼균주의 정신의 수용이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한 현상 비판을 넘어선다. “뉴라이트의 개막을 알린 NL 주사파 전향자들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냉철히 분석해 그 속에서 변혁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주체사상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고자 했습니다.”(p.127)라는 분석처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역사학, 언론학,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국회의원 비서관, 대기업 마케팅/PR 전문가, NGO 활동가로 이어지는 다양한 경험은 이 책의 분석에 깊이와 설득력을 더한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저자의 지론처럼, 이 책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이해하고, 진정한 보수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독서가 될 것이다.
정원훈 ten@tenspac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