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 이 책 어때요?

휴가의 계절이 왔다.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여행은 휴가라는 말 그대로 편안함과 휴식의 시간이다. 이번 휴가에는 이 책은 어떨까? 여행자를 위한 철학가이드! 그리스, 이탈리아로 여행을 잡은 사람에게는 보는 즐거움 뿐만 하니라, 사색의 즐거움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곳을 여행하지 않아도, 사색의 시간을 주기 위해 읽어볼만한 책이다.


백결의 한줄평 : 방콕여행! 유럽여행! 읽으면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책

백결의 점수 : ★★★☆☆

백결이 감명깊게 읽었던 글 : “그 어떤 전쟁이나 결정적인 침략도 이루지 못한 전통 세계의 와해를 만들어낸 요인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너무나도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정답이 하나 있다. 바로 ‘종교’다. …고전기 이교주의와 그 시기에 나타난 고대의 자유는 쇠퇴한 반면 기독교는 명백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너무 심오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 또한 매우 흥미롭고, 우리가 (오늘날 폐허가 된 거대한 도시와) 땅에서 볼 수 있는 것과도 무척 밀접하기 때문에 깡그리 무시할 수도 없다.” – 요즘은 너무나 실감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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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고전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낳았다. 사도 바울과 마호메트는 우리가 믿는 것을 낳았다. 이 두 가지의 결합(또는 분열)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다.’-본문에서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THE TRAVELLER’S GUIDE TO CLASSICAL PHILOSOPHY』는 특별하게도 ‘철학책’이자 ‘여행책’이다. 좀 더 근사하게는 ‘여행자를 위한 철학책’이다. 여행지에서 맛집과 사진 촬영에만 관심 있는 관광객은 말고, 좁게는 그리스의 아테네나 터키의 에페소스 등 고대 문명의 유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자의 가방에 담아갈 교양 가이드북이자, 넓게는 서양 철학사의 기초를 다지려는 이들을 위한 고전 길잡이이다. 활발히 인문서 기획과 번역 작업을 하고 있는 옮긴이는 이 책의 미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은 개론서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로 쉽고 재미있어야 하고, 둘째로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 …이 책은 개론서의 두 가지 조건 모두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사실 서양 고대철학이라는 만만찮은 내용을 이 정도 분량에 성실하게 정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쉽고 위트 있게 설명하면서도 지나치게 경박해지지 않은 것 역시 미덕이다. …여행안내서의 형식을 취했다는 점은 특히나 기발한 발상이다. 고대철학이라는 말부터 부담을 느낀 독자가 있다면, 3부 ‘철학자들의 도시와 시민: 지명 사전’을 먼저 훑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몇 군데 도시 항목 읽다 보면, 그곳과 관련된 사상가들을 소개한 2부로 자연스레 넘어올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지은이는 2002년부터 매년 에게 해의 고대 유적지를 찾아 고전철학 강연회를 열어왔다. 세계 문명의 기초가 된 고전철학을 오늘의 눈길로 생생히 훑은 강연회는 많은 청중들의 호응으로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책은 세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헬라스 문화: 그리스인이 만들어낸 것」은 고대 유적지를 찾는 여행자가 우선 궁금해 할 법한 다섯 가지 주제(고대 그리스의 역사, 그리스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 등)에 관해 간략히 설명한다. 2부 「고전철학자들의 사상: 호메로스의 이상」은 열 장에 걸쳐 호메로스로부터 시작하여 기독교 세계로의 개종까지 천년이 넘는 동안 지속된 헬레니즘 문명의 철학사를 개괄한다. 처음 두 장에 걸쳐 소개한 트로이전쟁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야기는 그리스 사상의 배경으로써 훗날 왜 고전고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는지 유추하는 중요한 힌트가 된다. 밀레토스학파로부터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주의자들과 스토아학파로 이어지는 철학의 향연이 눈부시다. 그들의 구체적인 질문과 답이 만들어낸 유산은 지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원자로 스며들어 있음을 쉬이 알아채게 될 것이다. 3부 「철학자들의 도시와 시민: 지명 사전」은 주요한 고대 유적지와 그곳 출신 명사들을 소개한 지명 사전으로, 특히 여행자에게 솔깃하겠다.
호메로스, 플라톤, 세네카, 키케로, 베르길리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요 몇 년 사이 서양 고전 원전의 역주서가 활발히 발간되고 있다. 제대로 고전 읽기에 도전할 좋은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고전의 넓은 바다로 떠나면서 가이드북 삼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철학 입문서로 작지만 넉넉한 책. 비슷해 보이는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의 이름들, 가령 아낙시만드로스-아낙시메네스-아낙사고라스를 구분해 기억하기 위해 애쓰다 흥미를 잃은 적이 있었던 독자들에게 ‘강추’한다. 당연히 올여름 터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필독’을 권유한다.? 아니 모든 휴가지에서 한 번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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