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의 게임이야기]
게임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사로잡힌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하나이다. 게임은 게임이다. 무슨 소리냐고. 단순한 게임부터 복잡한 게임까지 종류는 다양하지만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임에 무슨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로 없다는 것이다. 게임이 게임인 이유는 즐거움을 줄 때이다. 게임은 재미인데, 게임기획자가 되면 즐거움은 사라진다. 기획자는 즐거움을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을 웃기는 개그맨이 정작 자신은 무엇을 보아도 웃음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간다. 지나친 통제와 기획은 게임을 만들 때의 상상력의 자유를 제한하는 우를 범하게 만든다.
게임을 만들다 보면 즐거움을 넘어서 유저를 감동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감동은 연출될 수 없다. 어떤 위대한 기획자도 감동을 연출할 수 없다. 유저가 시나리오 데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게임을 했다. 게임을 즐기면서 그 속에서 현실에서 받을 수 없는 즐거움을 선물 받았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의 재미 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발견했다. 그건 그 게임을 만든 기획자의 의도와는 다른 재미와 감동이었다. 게임에서의 감동은 재미에서 기인한다. 그 재미는 제한 없는 자유로운 상상이다.
<GTA>는 일탈의 경험을 준다. 재미있다. 누군가는 반사회적이라 비난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재미있는 게임이 곧 좋은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공익적이라 해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공익적인 것을 찾으려면 세계문학전집을 보는 것이 더 낮기 때문이다. 게임의 속성은 어디까지나 재미이다. GTA는 우리가 아는 현실의 도시에서 할 수 없는 자유로운 행동들을 하게 해준다. 당연히 폭력이 포함된다. 게임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생각과 완전 정 반대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속에서 일상의 욕구를 풀어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삶이 평온해 질 수 있다. 정말 재미있는 액션영화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즐거운 느낌을 받는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을 심의하고 통제한다는 사람들의 말은 다 개소리이다. 게임을 건전하게 만드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게임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이다.
도시인들은 외롭다. 사는 공간은 너무 좁고 도심의 밖은 삭막하다. 현실의 공간은 도시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메마른 도시인들에게 공간의 자유와 상상력의 자유를 주는 것이 게임이다. 상상을 제한하는 삭막함을 벗어나는 요소가 게임에는 있다. 게임은 메마른 도시인들의 상상을 자극하고 공간을 탈피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주는 자유공간이다. 이 자유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게임기획자도 결국 유저이다. 게임기획자도 게임을 해야 하고 게임을 즐겨야 한다. 게임의 즐거움을 잊어버리면 게임은 기획과 통제로 감동을 만들려는 우를 범한다. 게임은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잊어야 한다. 게임은 공간의 한계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 인간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게임은 즐거움이고 그 즐거움은 자유로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이다. 게임은 자유이다.
박성준
(주)내꺼 대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던전 앤 파이터의 메인 기획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주)내꺼의 대표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