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 기자 jsm@koreanjournal.net]
“나를 제외하고 회사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거나 상관 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바로 조너선 아이브(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이다. 외모마저 닮은 두 사람은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다.
‘내 영혼의 파트너’라고 불렀을 정도로 잡스는 조너선을 신임했다. 성격파탄자라는 평가를 받는 잡스가 다른 사람을 이렇게 신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잡스의 직원 대부분은 그의 조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천재디자이너는 예외였다. 그는 잡스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지 않는 천재적 소수였다.
이 책은 난독증이 있는 영국 아트스쿨 졸업생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가가 된 조너선을 다루었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 리앤더 카니는 <조너선 아이브: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명의 천재>를 통해 천재 조너선 아이브와 애플을 해부했다. 손재주가 뛰어난 아버지 마이크 아이브는 자신의 작업실에 조니 아이브를 데려와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을 만들게 했다. 런던의 디자인 컨설팅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아이브는 애플의 프로젝트를 맡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이브의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한 애플 측이 그를 스카웃한다.
아이브는 27세에 애플에 의해 스카우트됐다. 애플 프로젝트에 참여한지 4년 만에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가 되었는데 그의 나이 겨우 29세 였다. 그는 30대에 이미 세계를 뒤흔든 히트 제품을 만든다. 이후 온갖 디자인 상을 휩쓸고, 2013년 타임지(誌)가 선정한 세계 100인에 꼽힌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45세에는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
조너선은 자신은 물건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고 말할 만큼 천재적인 인물이다. 그는 잡스의 단순화의 신봉자였다. 그는 디자인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단순한 제품을 추구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대표제품들은 이런 이념에서 탄생했다.
애플의 성공은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 변화는 IT에서 제조업체 까지 다양했다. 단순하게 디자인의 변화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라는 트렌드에서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로 트렌드는 변화했다. 바뀌었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넘어 감성과 경험이라는 수치화 할 수 없는 혼돈스러운 영역까지 접근해있었다.
기술을 넘은 직관에 조너선 아이브가 있었다. 그는 잡스의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 직관은 무엇인가. 바로 스토리이다.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감성을, 인식을 안겨 줄 것인가 하는 점이 다른 모든 것에 우선시 하는 것이다.
스스로 으스대며 사용자 위에 군림하려는 제품을 놓고 “아이브는 싫어하고 경계한다”고 표현했다. 사용자에게 친밀하고 정직하게 다가가며 제품 본래 목적에 몰입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이브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이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책에는 답이 있었다.
아이브는 아이디어와 디자인 콘셉트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거나 이해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그는 명확한 디자인 콘셉트를 전달하기 위해 수백 개의 모형과 시제품을 만드는 열정을 보였다.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조니와 내가 대부분의 제품들을 구상하고, 그런 다음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의견을 묻지요.” 잡스의 말이다. 잡스같이 까다로운 상사를 만족시켰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의사소통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너선 아이브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많이 본 사람들은 이 책을 살 필요가 없다. 실력있는 사람이 열심히 자료조사하면 이 정도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즉 우리의 가슴을 흔드는 새로운 통찰력은 없는 책이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기 전에 좀 더 연구하고 조사하고 인터뷰했다면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유명인의 이름을 가지고 책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가르쳐 주는 별 볼일 없는 책이다.
아이브 /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