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저널 김소연기자 ten@koreanjournal.net]
12만 관중이 운집한 1936년 베를린 메인스타디움. 폐막을 앞두고 열린 마라톤대회 42.195km 장정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전 세계인의 열광 속에 경기장에 가장 먼저 돌아온 이는 작고 마른 체형의 동양인.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결승전을 막 통과한 금메달리스트는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승리의 기쁨과는 거리가 먼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선수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시상대에 선 그의 모습 또한 한없이 침울했다. 조국인 ‘조선’을 품고 끝까지 달린 청년이었지만 그의 귓가에는 일제의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고 일장기가 올라가는 동안 그는 단지 ‘식민지 조선출신 일본 대표’일 뿐이었다.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선 가장 슬픈 마라토너 이야기가 <2015 손기정 평화음악회>로 펼쳐진다.
광복 70주년 기획 2015 손기정 평화음악회가 오는 8월 15일(토) 오후 5시 강서구 가양레포츠센터에 열린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금메달리스트’를 기억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꾸민 무대의 오프닝 영상 ‘슬픈 마라토너 이야기’가 흐른다.
인씨엠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페의 경비병 서곡’과 영화 ‘미션 임파서블’ OST가 울려퍼지는 동안 “저는 한국사람입니다”라는 손기정 선수의 자필 사인 올라간다. 정훈희의 ‘꽃길’, ‘연가’에 이어 정훈희와 JJCC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꽃밭에서’를 부른다. JJCC는 ‘빙빙빙’과 ‘질러’로 손기정의 마라톤 우승을 축하한다.
손승연의 ‘바람이려오’, ‘렛 잇 고’, 윤태규의 ‘마이 웨이’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반도 전역에서 기쁨과 감격을 억제하지 못하던 조선인들이 다 함께 불렀던 행진곡풍의 축하노래 ‘마라손 제패가’(설의식 작사, 구자명 작곡, 노래 채규엽, 콜롬비아 레코드)는 염창중앙교회 어린이 합창단이 다시 부른다.
‘마라손 제패가’ 가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반도가 낳은 마라손 두 용사 우승 빛나는 즐거웁다. 이 날이여 기쁨으로 맞이하자. 그 공적 크도다.
(후렴) 손기정과 남승룡은 찬양의 높은 소리 온 세상을 떨치누나. 세계서 뽑힌 수십 맹장 하나 둘 다 물리치니, 즐거웁다 이 날이여 지은 기록 장하도다.
월계관 차지한 하늘이 주신 팔다리의 굳세인 의지의 결정 즐거웁다 이 날이여 노래 맞춰 춤을 추자. 그 영예 길도다.
이 헌정곡은 그 시대 유행어가 되기도 했던 또 다른 곡 ‘마라손 왕’(이고범 작사, 이기영 작곡, 노래 이라, 태평레코드)과 함께 현재 재단에 SP판이 남겨져 있다. 여기엔 제패 당시 손기정 인터뷰 육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손기정에게 헌정하는 음악은 그 이후 제패 70주년을 기념하여 독일의 재즈앙상블 살타첼로가 <49.195 GREAT SON>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고 헌정음악회를 열어 큰 화제를 모았다. 살타첼로의 리더이자 작곡자인 피터 신들러는 드럼이 격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라톤 맨’과 알토 색소폰이 흐느끼는 ‘로운섬 러너’라는 자작곡을 발표했다.
행사는 무료이며 6세 이하도 입장가능하다.
손기정 이야기는 일장기 말소사건 이후로도 베를린 마라톤 우승 79주기인 현재까지 끊임없는 비화가 공개되며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