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형기자 go@koreanjournal.net]
최근 이직을 준비중인 A씨는 채용사가 평판조회를 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공기업의 수직적이고 답답한 조직문화가 싫어 퇴사를 결심했고, 퇴사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상사와의 사이가 틀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평판조회를 한다면 A씨에 대한 평판은 어떨지 너무나 뻔했고, 원했던 직장에는 탈락할 것이다.
직장인의 평판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수 없이 들어왔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망가진 상사와의 관계를 회복해 평판을 회복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에 대한 평판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여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평판조회 전문기업 엔터웨이피플체크(www.peoplecheck.co.kr, 대표 박정배)는 자신의 평판지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셀프테스트를 제공한다.
총 25개의 문항 중 해당되는 것에 체크해 점수를 매기며, 제한시간은 1분이므로 고민하지 말고 즉시 떠오르는 것을 선택해야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체크한 점수가 음수(-)면 평판이 좋다는 것이고, 양수(+)이면 평판이 나쁘다는 뜻이다. ‘내 평판지수 셀프테스트’를 통해 총점이 음수(-)가 나온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평소 좋은 평판을 듣고 있을 확률이 높다.
만약, 테스트 결과로 총점 10점 이상의 양수(+)가 나왔다면 주위 사람들이 평소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적을 만들지 말라
평판조회는 내가 지정한 사람(지정 참고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내가 지정하지 않은 사람(블라인드 참고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후보자 본인의 동의를 받고 진행해야 한다. 1인 기업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한두 명을 거치면 후보자와 같이 근무했던 사람을 찾을 수 있다. 그럴 때, 나와 앙숙관계에 있는 사람이 블라인드 참고인으로 선정되어 나의 평판을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기억해야 할 격언은 ‘적을 만들지 말라’이다. 열 마디 칭찬보다 한마디 비난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적군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몽룡 과장은 사내에서 대인관계 좋기로 소문나서 ‘인맥의 허브’라는 별명이 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빨리 열게 하는 특징이 있었다. 매우 친한 동료였던 방자원 과장과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앙숙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 유일한 흠이었다. 그러다가 최근 이몽룡 과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다. 이직을 준비하던 이몽룡 과장의 평판조회 참고인으로 먼저 퇴사했던 방자원 과장이 선정되어 인터뷰를 했다는 것이다. 평소 이몽룡 과장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방자원 과장은 ‘시원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버렸고, 결국 이몽룡 과장은 임원 면접까지 통과했지만, ‘적나라한’ 평판조회 때문에 채용이 보류되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이몽룡 과장은 ‘백 명의 아군보다 한 명의 적군이 나를 흉하게 한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눈물을 흘렸다.
개인사정 vs. 공적책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족의 병환 등 개인사정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다. 업무과실이 누구 때문인지 분명하다면 문제가 간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평소의 근무태도가 충실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화살이 돌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을 때에는 위로해 주고 걱정해 주던 사람들이, 결과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는 시기가 닥치자, 개인사정으로 자리를 자주 비웠던 사람에게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경우가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사유로 인한 근태 불성실도 상황에 따라 ‘단순 근태 불량’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희진 대리는 능력을 인정받는 웹 프로그래머이다. 최근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에 코어 개발자로 투입되어 핵심인재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IT 프로젝트의 특성상,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야근과 주말 근무가 일반적이지만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게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 어머니의 갑작스런 수술로 인해 회사 일과 병간호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동료들은 여희진 대리를 걱정하고 위로해 주면서, 자발적으로 업무를 나누어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가 점점 늦어지는 것이 감지되자, 팀장은 원인을 찾기 위해 팀원들과 개별 미팅을 갖게 되었다. 팀원들은 각자 생각하는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공통적으로 나온 사유는 여희진 대리의 잦은 부재였다. 여희진 대리는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었던 동료들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꼈지만, ‘정당성을 인정받은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 해도 공적인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무거운 깨달음을 얻었다.
평판, 사후관리 어렵지만 사전 대비 가능해
엔터웨이피플체크 서종훈 컨설턴트는 “평판이라는 것은 타인의 주관적인 판단과 기억이 모여서 만들어진 집합적 견해이기 때문에, 형성된 평판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평판조회 컨설턴트의 입장에서 참고인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종류는 업무역량과 대인관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쁜 평판이 나올 수 있는 항목을 미리 대비한다면 나쁜 평판의 자리에 좋은 평판이 대신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