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의회의 ‘예스맨’ 논란,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다

[장정희의 마포이야기]  최근 마포구의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1회 마포구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여 삭감했던 예산들이 본회의 직전 갑자기 수정동의안으로 부활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수정동의안에 대해 해당 부서조차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의회와 집행부 간의 소통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정동의안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먼저, 재난·재해 목적 예비비를 감액하여 일반 예산으로 전용한 점은 예산 편성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또한, 지방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업을 포함시킨 점도 문제다. 이는 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

‘화합의 거리’ 조성을 위해 역대 대통령들의 흉상을 세우겠다는 계획 역시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화합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특정 인물을 우상화하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지방의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곧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의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일부 의원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나아가 동료 의원들의 권한까지 침해하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앞으로 마포구의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의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산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의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며, 집행부와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우리 시민들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은 결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지방선거에서의 현명한 선택 등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마포구의회의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지방자치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지방정부 차원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할 때,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2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