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무엘 코리언저널 기자 ten@tenspace.co.kr] 애플이 6월 10일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다양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하며 차세대 IT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WWDC는 애플 파크에서 개최되었으며, 전 세계 개발자와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팀 쿡 CEO의 기조연설로 막을 올렸다.
쿡 CEO는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일상의 혁신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애플만의 창의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접근으로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IT업계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애플도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WWDC의 핵심은 ‘Apple Intelligence’였다. Apple Intelligence는 애플의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기 내에서 처리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한층 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음성 어시스턴트 시리가 한층 더 지능화된다. 오픈AI의 GPT엔진이 적용되어 문맥을 이해하고 개인의 취향을 학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감정을 인식해 공감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 아울러 iPhone의 잠금화면에서는 시리의 애니메이션 아바타인 ‘제니(Geni)’가 개인 비서처럼 각종 정보를 알려준다.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인공지능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Intelligent Compose’라는 글쓰기 도우미는 이메일이나 문서 작성 시 문맥에 맞는 단어 선택은 물론, 토픽에 최적화된 문장 구성까지 제안한다. ‘Intelligent Organizer’는 자동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우선순위를 정렬해 주는 한편, ‘Smart Recall’ 기능을 통해 각종 미팅 내용과 할 일 등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아울러 시각 경험을 혁신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선보였다. 카메라 앱에는 실시간 객체 인식 및 자동 보정 기술이 적용되어 누구나 전문가급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일상 속 창의력 발현을 돕는 ‘Genmoji’ 기능은 사용자의 얼굴 특성을 학습해 맞춤형 아바타 이모티콘을 만들어주고, 이를 활용한 재미있는 영상 제작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일련의 혁신은 애플의 야심작인 차세대 AR 헤드셋 ‘Apple Vision Pro’와 맞물려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Vision Pro는 visionOS 2를 기반으로 구동되며, 손 제스처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Vision Pro를 위한 전용 API와 개발도구를 대거 공개하며 개발자 생태계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iOS 18, iPadOS 18, macOS Sequoia 등 각 운영체제의 업데이트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개인화 추천, 음성 컨트롤, 시각 인식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었으며,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 구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WWDC를 통해 애플이 향후 IT 업계를 이끌어갈 인공지능 기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특유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이면서도 일상을 혁신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애플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애플은 “프라이버시 보호는 애플의 핵심 가치”라며 “인공지능 기술 역시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 아래 설계되었다”고 강조했다. 기기 내 데이터 처리, 익명화, 선택적 기능 사용 등을 통해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번 WWDC 2024는 애플이 ‘인공지능 퍼스트’ 전략으로 미래 IT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기존의 혁신 DNA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사용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IT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애플의 행보에 쏠리고 있으며, 새로운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