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파랬다.
청명한 가을의 하늘처럼 하늘은 파랬다.
하지만, 지금은 차가운 겨울…
두껍게 옷을 입었지만, 그 옷을 뚫고 들어오는 한기는 현재 김정희씨의 마음처럼 더욱 더 슬프게 하는 거 같았다.
“ 왜 하늘은 나를 이렇게 내몰았을까? 과연 하나님은 있나?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는 없는데…”
낮게 읊조리는 김정희씨의 목소리는 메마르게 갈라졌다.
2026년 1월 11일, 김정희씨의 생일이었던 어제, 그의 부인에게 ‘이혼통보’라는 생일선물을 받았다.
50세 된 해였던 5년 전, 1월 11일 회사에서 ‘당신처럼 능력 없는 사람이 50이 넘게 이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후안무치 아니냐’는 비아냥을 받은 후 직장을 때려 치웠던 거처럼 암울한 생일선물을 5년이 흐른 어제, 다시 부인이 그에게 던져주었다.
“당신과 살기 싫어, 당신은 거짓말쟁이인데다, 무능력자야! 일본에 갈 거야”라며 가슴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던져진,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부인의 말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그를 힘없이 쓰러지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뒤져 몇 천원을 챙겼다. 슈퍼에서 소주 1병을 산 후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나타난 한강, 잘 정리된 한강은 2010년 대운하 건설이 시작된 후 세련되고 멋진 모습이었다.
대운하 운영을 위한 예산을 위해, 청개천 운영예산은 대규모로 삭감되었고, 현재는 펌프의 가동을 중단하여 쥐들과 부랑자들의 천국이 되어 버린 청개천과는 너무나 다르게 한강은 잘 정돈되어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10년전이나 20년전이나 변함없이 흐르건만.. 그는 왜 이렇게 되었는지 단지 한숨만을 내쉴 뿐이었다.
몇 시간 째 앉아서 한강만 바라보는 김정희씨의 입에서 “죽어버릴까”라는 말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아주 오래 전 본 영화의 장면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어”를 외치고 싶었지만, 술 취한 빈 속의 그는 “죽어버릴까?”라는 힘 없는 한마디만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죽어버릴까?
다시 돌아가고 싶어!
이렇게 안 살거야!
[계속]
[코리언저널 편집국장 정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