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다 봄이 찾아와 : 자취생 인테리어

나만 빼고 다 봄이 찾아와 : 자취생 인테리어
벚꽃과 목련 그리고 개나리가 예쁘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봄날, 봄이 피해가는 곳이 있다. 바로 자취생의 자취방이다. 많은 자취생들은 비좁은 반 지하 원룸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햇볕이 들지 않아 날이 흐린지 맑은지는 스마트폰의 일기예보를 통해 확인한다. 또한 365일 습하기 때문에 벚꽃 대신 여기저기 곰팡이 꽃이 피어 있다. 글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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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한 개라서 환기도 잘 안 되는데 짐도 많아 창문을 열어도 구석구석 환기가 잘 안 된다. 그래서 행거 밑에 가죽가방이나 벽면에 곰팡이가 생기기 매우 좋다. 여기다가 친구와 함께 자취를 하며 누가 청소를 할까 눈치 보다가 서로 청소를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처음 이곳에 살 때에는 ‘돈을 열심히 모아서 이사 가자’ 생각하지만, 어느새 집값도 많이 오르고 월세에 기타 비용이 많이 들어 1~2년 내에 이사 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자취생에게 자신을 위한 위로가 필요하다. 밖에 나가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우리 자취생, 이번 봄에는 큰 맘 먹고 인테리어에 도전해 보자.

처음으로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귀찮은 일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 밥을 먹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반찬도 사야하고, 세탁도 혼자 해야 하고 빨래도 혼자 널어야 한다. 나 말고 할 사람은 절대 없다. 야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조차도 없기 때문에 귀차니즘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인테리어에 도전해 보는 것은 권장하고 싶다. 그럼 인테리어를 위해 가장 먼저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필요한 물건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내게 꼭 필요한 물건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물건은 처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우리의 자취방에는 ‘언젠가 필요한’, ‘곧 버릴’, ‘누군가 선물해준’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은 굉장히 적다. 옷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실제로 입는 옷도 생각보다 적다. 잘 안 입는 옷을 집에서만 입기위해 남겨 놓았다면, 그 옷은 곰팡이 배양소만 될 뿐이다. 자취방에서 수건이나 옷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가 쉽게 자랄 수 있다. 안 입는 옷은 과감하게 처리하자. 자취생에게 옷만 줄여도 짐이 최소화 된다. 소유한 물건은 곧 관리의 대상이 된다. 또한 공간은 우리에게 여유를 만들어주고 여유는 우리가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나는 자취할 때 ‘어딘가 쓰겠지’라며 비닐봉지와 쇼핑백 그리고 반찬그릇을 차곡차곡 모았다. 너무 열심히 모아서 친구들로 부터 호더(hoarder)라고 놀림을 받았다. 호더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두는 일종의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이다. 나의 절약 정신이 놀림거리가 되고 나의 절약 정신이 청소의 보람을 못 느끼도록 청소 불가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시대가 변해서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자취생에게는 ‘개똥도 쓰려면 없다’라는 말 대신 ‘개똥은 쓸 일이 없다’라고생각하고 과감하게 물건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안 쓰는 물건은 아래 세 가지 기준을 잡고 처리하자!
1.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린다.
2. 버릴 것을 정하지 말고 반드시 필요한 것을 골라낸다. 그리고 나머지는 처분한다.
3. 안 읽는 책은 중고서점에 팔자. 책도 수분을 많이 흡수하여 곰팡이 배양소로 작용한다.

만약 짐을 20%대로 줄이면, 청소시간도 80%가 줄어든다. 그리고 청소의 보람은 크게 향상된다. 자취와 야영의 고수는 짐을 많이 챙기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 자취생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소유하자.

물건을 많이 버렸다면, 이젠 집안 곳곳 환기가 잘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잘 때 나오는 곱등이와 잡 벌레가 숨어 있을 공간도 확 줄어들어 한밤중에 더듬이를 꼼지락 거리는 벌레와의 스킨쉽도 줄일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해보자. 집에서 가장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어디일까? 그곳은 벽과 천장이다. 벽과 천장에는 벽지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벽지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우리 자취생의 방은 좁기 때문에 벽지 색은 화이트색상을 추천한다.

화이트 색상은 좁은 공간을 더 크게 보이게 한다. 하지만 화이트라고 해도 다양한 화이트 벽지가 존재하니 벽지를 구매할 때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하기 보다는 직접 매장에서 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만약 벽지대신 페인팅을 고려한다면 말리고 싶다. 페인팅은 습기에 약하다. 또한 어떤 자취생은 페인트칠을 벽지 위에다 하지 않고 시멘트벽에 직접 페인팅을 하는데 페인팅은 벽이 아닌 벽지에 해야 한다. 만약 벽에 페인트칠을 할 경우, 원상 복구가 매우 힘들다. 또한 도배하시는 업자 분들도 페인트 위에 도배하는 것을 거절하시니 페인팅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벽지 위에 페인팅을 하자. 천정은 벽보다 어두운 색으로 하지 말고 가능한 벽보다 밝은 계열로 도배를 하자.

벽보다 밝은 계열의 벽지를 사용하면 천정이 더 높게 보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자취생의 도배는 너무 어렵다. 어디 물건을 옮길 곳도 없는 비좁은 방에서 도배를 하려면 조금 성가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도배는 오랫동안 곰팡이 핀 나의 자취방을 확 바꿔주기 때문에 호흡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반 지하에 살아보았다면, 먼지 쌓이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을 느낄 것이다. 반 지하 자취생의 호흡기 건강은 취약하니 반드시 도배 할 것을 권장한다.

그 다음으로 조명을 바꿔보자. 조명은 방안의 전체 분위기를 만든다. 대부분의 자취방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조명으로 분위기를 내야 한다. 역시 우리 자취생에게 전선을 개조해서 여러 개의 조명을 달다간 두꺼비집이 나가 버릴 것이다. 기존에 있던 형광등을 제거 하고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심플하고 아기자기한 조명으로 바꾸면 된다.

만약 자취방에 거울을 구매해야 한다면 큼지막한 거울로 구매하자. 자취방이 작기 때문에 작은 거울 보다 큰 거울을 들여 놓으면 방을 더 크게 보이게 할 수 있다.

이제 마무리로 ‘공간박스’를 활용해 물건을 정리하자. 공간박스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육면체로 되어 있는 상자이다. 크기가 적당하고 공간박스를 원하는 모양으로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공간박스는 네모난 상자이기 때문에 먼지가 잘 쌓이는 반 지하 자취방에서 청소하기 쉽다.

여기까지 인테리어 작업을 하면, 몸이 많이 지친다. 그리고 인테리어 작업에 자취생의 소중한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생활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 욕심이 있다면, 장판까지 바꾸는 것이 좋겠으나 여기까지 인테리어 한 것만으로 자취생에게는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자취방이 비좁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자취생에게는 소중한 자신만의 공간이다. 이 소중한 공간을 이번 봄철을 맞이하여 바꿔본다면 신기한 인테리어 효과를 직접 몸으로 느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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