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언저널 김소연기자 kj@koreanjournal.net]
나폴레옹은 ‘세계가 하나의 국가였다면, 이스탄불이 수도였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1,600년 동안 동로마, 오스만에 걸쳐 대제국을 거느린 문명의 발상지 이스탄불이 신라 천년 수도 경주에 온다.
‘고대 문명의 요람’ 터키 이스탄불 문화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문화대축전 ‘이스탄불 in 경주 2014(http://www.istanbulingyeongju.com)’가 12일 개막한다.
이스탄불시가 주최하고 경북도, 경주시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오는 22일까지 11일간 경주 황성공원 일대에서 펼쳐진다. 일부 행사는 서울과 부산에서도 개최한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Starting A New Journey)’이란 주제로 모두 27개의 행사가 대규모로 진행된다.
‘이스탄불 in 경주’는 지난해 경주시와 경북도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 성공 개최를 모델삼아 이스탄불시가 경주에서 펼치는 화답행사다.
터키가 그것도 이스탄불시가 350여명의 문화예술인을 이끌고 1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해외에서 문화행사를 여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의 역사문화수도이며 연간 1,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인구 1,500만 명의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이 경주를 선택한 것은 내포하는 의미가 크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유럽과 아시아, 이슬람과 기독교,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문명의 용광로 이스탄불 문화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소통과 융합의 축제”라며 “세계 문화융성과 인류공영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의 꿈을 구체화하는 현장”이라고 밝혔다.
■ ‘이스탄불 in 경주 2014’ 어떤 행사 열리나
압둘라만 쉔 ‘이스탄불 in 경주’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터키 이스탄불이 가지고 있는 가장 엄선된 공연과 문화, 예술, 생활상을 보여줄 것”이라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라고 밝혔다.
이스탄불이 공을 많이 들이는 행사로는 먼저 ‘개막공연’을 꼽을 수 있다. 양국에서 1천500여명이 참석하는 성대한 개막식에서 선보일 세계 최초의 군악대인 터키 ‘메흐테르 군악대’의 웅장한 공연은 관중을 압도하게 된다. 이어 현재 터키의 아시아 지역을 가리키는 ‘아나톨리아(어머니 태양의 땅이란 뜻)’의 역사와 문화, 관용의 정신을 담은 민속공연 ‘아나톨리아의 사랑이야기’가 신라의 달밤을 터키의 멜로디와 몸짓으로 화려하게 물들일 예정이다. (황성공원 9.12, 19:30)
13일부터는 장르와 민족을 초월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켄트 오케스트라’, 터키 민속음악과 보컬 합주, 터키인의 삶을 전통악기로 표현한 전통관악 연주, 민속무용, 세계적인 클라리넷 거장 ‘세르칸 차으르’의 다이내믹한 공연 등이 시간대 별로 펼쳐져 수준 높은 무대를 마련한다. (황성공원 9.13~9.22, 10:30~21:30)
특히 이스탄불시립연극단이 올해 창단 100주년을 맞아 준비한 연극 ‘오윤(OYUN:게임)’은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경주예술의 전당 9.13~9.15 19:30)
신라 천년 수도를 누빌 메흐테르 군악대의 퍼레이드도 이목을 집중시킬 이색프로그램이다. (경주역~신한은행 사거리~봉황대 9.16, 15:00 / 9.17, 14:00)
세계 최대 전통시장으로 손꼽히는 이스탄불의 ‘카파르 차르쉬’를 옮겨 온 듯한 ‘그랜드 바자르’도 눈길을 끈다. 터키의 전통차, 커피, 시미트 빵을 시음해보고 전통 수공예품과 전통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몄다.
동서양의 접점 이스탄불의 역사, 문화, 예술, 음식, 축제, 관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스탄불 홍보관’은 관람객이 마치 이스탄불을 거닐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할 공간이다. ‘이스탄불 in 경주’의 핵심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황성공원, 9.12~22, 10:30~21:00)
‘제2회 한·터 문학심포지엄’은 지난 이스탄불-경주엑스포에 이어 한-터간 심도 있는 문학교류의 기틀을 다진다. 양국 유명 작가와 교수들이 참여해 ‘터키와 한국문학의 뿌리’라는 주제를 다룬다. (현대호텔, 9.18~20)
터키를 대표하는 10명의 사진작가가 담아낸 ‘이스탄불 사진전’과 한국 전통 자수로 표현한 ‘실크 이스탄불전’이 관람객을 터키로 안내한다. (경주예술의 전당 9.12~19, 10:00~21:00)
이스탄불시는 자매도시인 부산에서 ‘한국전쟁 참전 터키용사 추모식’(UN기념공원, 9.13, 14:00)과 문화기술협정도시인 서울에서 순회공연(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 9.14, 19:30)을 가진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선보이는 ‘실크로드와 함께하는 K-페스티벌’도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터키, 우즈베키스탄, 몽골, 중국, 한국 등 실크로드 5개국을 대표하는 민속악기 연주자와 표재순 총감독, 박범훈 지휘자, 경북도립국악단이 이끄는 ‘실크로드 소리길’은 경주와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소리로 연결한다. (경기 성남아트센터 9.14, 15:00 / 경주예술의전당 9.16, 19:30)
여기에 ‘이영희 패션쇼’(황성공원 9.20, 20:00),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황성공원 9.17~9.18, 20:30) 등 우리나라 예술계 거장이 참여하는 굵직한 명품행사가 축제의 중, 후반부를 달군다.
이밖에 연계행사로 ‘대구경북식품박람회’(9.17~20), ‘경북일자리 한마당’(9.17), ‘대구경북 섬유수출 상담회’(9.12) 등이 경주에서 열린다.
■ 꼭 봐야할 Top5는?
① 메흐테르 군악대 퍼레이드 = 메흐테르군악대(메흐테란)는 오스만 제국의 육군 군악대이자, 세계 최초로 정규병과로 개설된 군악대다. 메흐테란은 전쟁 시에 선두에 서서 타악기나 관악기로 천둥 번개를 연상시키는 행진곡을 불러 적들의 전의를 꺾고 아군의 사기를 북돋웠다. 메흐테르 음악 형식은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유명 작곡가들이 터키풍 음악을 작곡하게 했다. 메흐테르 군악대는 오는 16일과 17일 양일간 각각 한국의 취타대, 전통의장기수단과 함께 경주 시가지를 누비며 퍼레이드를 벌인다. 16~17세기 유럽, 서아시아, 북아프리카를 제패한 오스만 군대의 원동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웅장한 메흐테란 행진은 경주시민과 관광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② 이스탄불 홍보관 = 모두 6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관람객들을 이스탄불로 안내한다. 신라와 함께 한 오스만 튀르크의 2000년 역사와 지난해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감동을 보여 준다. 터키 왕들과 이스탄불의 탄생을 살펴볼 수도 있다. 3D영상관에서는 술탄들의 거처였던 톱카프 궁전과 비잔틴 최고의 건축양식으로 손꼽히는 성소피아 박물관 등 이스탄불의 유적지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터키와 관련된 이미지를 트릭아트로 만나보고, 신라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터키의 오랜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③ 터키 공연 = 클래식, 팝, 재즈, 펑크 등 장르와 민족을 초월한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켄트 오케스트라’, 터키 민속음악과 보컬 합주, 터키인의 삶을 전통악기로 표현한 전통관악 연주, 터키 민속무용 등은 시간대 별로 상설 공연을 통해 품격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터키에 직접 가서도 만나보기는 어려운 공연들이 무료로 진행된다. 터키 음악, 춤, 의상, 언어, 관습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호기다.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세르칸 차으르’의 흥겹고, 매력적인 공연은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공연은 15일, 16일(각 20:30) 단 이틀만 열린다.
④ 그랜드 바자르 = 터키어로 ‘지붕이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를 지닌 ‘카파르 차르쉬’를 재현한 ‘그랜드 바자르’는 이스탄불 전통 가옥을 본 딴 모양. 터키 전통차, 시미트 빵, 젤리 등을 시음할 수 있으며, 세공품, 피혁류, 형형색색의 도자기와 기념품 등 다양한 공예품과 특산품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⑤ 실크로드 소리길 = 한국 측이 마련한 행사 중 백미는 ‘실크로드 소리길’ 음악회. 한국, 터키, 중국,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실크로드 5개국을 대표하는 민속악기 연주자들이 협연을 펼친다. 국악 관현악의 거장 박범훈 씨가 지휘를, 표재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이 연출을 맡아 경주와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소리로 연결한다. 터키의 민속악기 ‘바을라마’ 연주자 지한 쿠르타란(Cihan Kurtaran), 중국 최고의 ‘얼후’ 청년연주자인 양웬나(Yang Wen Na), 우즈베키스탄 ‘깃젝크’ 연주자 파르호드존 가파로브(Farhodjon Gapparov), 몽골 ‘마두금’ 연주자 테무진 푸레브쿠(Temuujin Purevkhuu), 한국 ‘장구’의 김덕수(사물놀이 한울림 예술감독) 등 모두 각국의 뛰어난 전통음악의 대가다. 이 음악회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9.14, 15:00), 경주예술의전당(9.16, 19:30)에서 열린다.
■ 개막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스탄불 in 경주 2014’ 개막식은 12일 오후 7시 30분 경주 황성공원 특설무대(달무대)에서 개최된다.
개막식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시장, 아르슬란 하칸 옥찰 주한 터키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정수성·이병석 국회의원, 장대진 경북도의회의장, 권영길 경주시의회의장,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유관기관 단체장, 내외빈, 경주시민, 관광객 등 1,500여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오프닝 무대는 채향순 중앙무용단의 환영무인 ‘풍고(風鼓)’가 장식한다. 풍고는 광대한 평야를 바람처럼 질주하는 기마민족의 기상을 살려 한국여인의 내면에 흐르는 강인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용사들을 기리는 묵념 후에 ‘이스탄불 in 경주’와 이스탄불시 홍보영상이 상영된다.
이어 최양식 경주시장 환영사, 압둘라만 쉔 이스탄불 in 경주 사무총장 개최인사,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의 개막기념사가 순서대로 진행된다.
김종덕 문광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시장에게 보관문화훈장(寶冠文化勳章)을 수여한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의 성공과 한-터키 문화예술 교류협력, 국민문화 향상에 이바지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식후행사는 웅장함과 화려함 그리고 전통미와 다채로움이 어우러진 무대. 전 행사기간에 펼쳐질 프로그램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오스만 군악대의 ‘메흐테르 공연’과 터키 전통 민속무용으로 구성된 ‘아나톨리아의 사랑이야기’가 터키 수천년 역사의 신비를 풀어낸다.
대미는 지난해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참가해 터키와 한국의 밝은 미래를 노래한 경주소년소년합창단이 꾸민다. 마지막으로 출연진 전원이 무대에 올라와 터키와 한국, 이스탄불과 경주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한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역사는 문화를 남기고, 문화는 인류에게 감동과 환희를 남긴다”며 “터키와 한국, 이스탄불과 경주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문화의 길’을 통해 세계와 만나 소통하고 유라시아를 넘어 글로벌 문화융성의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시장은 “이번 행사가 문화교류를 넘어 전 세계로 열린 마음을 나누는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며 “이스탄불과 경주, 터키와 한국을 넘어 지구촌이 손을 잡는 상징으로 발전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탄불이 대규모 해외 문화행사를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것은 국제 협력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싶은 까닭”이라며 “두 도시의 포용을 이끌어낸 문화교류가 전쟁과 갈등을 겪는 지구촌을 치유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여정이 펼쳐졌던 고대 실크로드의 양 끝에서 찬란한 문명을 만든 경주와 이스탄불이 이제 국경을 넘어 아름다운 동행을 시작하려 한다”며 “천년의 인연을 오늘에 되살려 새로운 실크로드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협력의 성공한 역사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