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도 눈물도 없는 온라인 세계의 지배자 아마존

[코리언저널 전성민기자 jsm@koreanjournal.net]

“살아남는 것은 힘이 세거나 영리한 동물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한 동물”(찰스 다윈)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특히 힘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식을 통해서 변화를 이해하려 한다. 가능할까.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면서 지식에는 목말라 있다” 존 나이스비트의 말처럼 정보는 넘치지만 진짜 정보는 여전히 찾기 힘들다.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올 것인가.

미국 서점계의 대표 주자 미국의 교보문고 반스앤노블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최근 분기의 순손실이 한화로 1000억 원 가까이 된다. 할인 전략에 치중한 아마존 등 인터넷서점으로의 고객 이탈과 전자책 전용 단말기 ‘누크’의 실적 부진 등이 겹친 결과이다. 2위 업체이던 보더스의 2년 전에 이미 파산 했다. 기업세계에서 나쁜 일은 속도의 차이일 뿐 반드시 오는 법이다.

지는 해가 있으면 뜨는 해가 있는 법이다. 뜨는 해는 아마존이다. 수많은 동네서점은 죽고 그들은 실업자가 되었다. 자본주의가 얼마나 살벌한 전쟁터인지 보여주는 한 예일 뿐이다.
영업 이익 1억700만달러(약 1210억원). 올 2분기 아마존의 성적표이다. 매출은 128억3400만달러(약 14조5600억원)로 영업 이익률로 환산하면 0.83%에 불과하지만 금액이 대단하다.

싱글맘의 아들로 태어난 천재 경영자

지금껏 한 번도 혁신을 멈춘 적이 없는 기업인.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아마존닷컴의 CEO(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를 일컬어 표현한 말이다. 1994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서점
전자책 킨들이 그의 작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확실하게 성공시켰다. 아마존은 단순히 온라인 서점에 그치지 않고 전자제품, 장난감, 옷, 신발,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한국 재벌 기업은 여기에 비하면 게임도 안 될 정도이다. 전자책 ‘킨들’은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는 1964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재키 기스 요겐슨이 뉴멕시코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7세 때였다. 그녀는 18개월 후 테드 요겐슨과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싱글맘’이 됐다.

그에게 ‘베조스’라는 성을 물려준 사람은 양아버지 미겔 베조스다. 미겔은 제프를 입양했다. 이후 제프는 친아버지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미겔은 제프의 롤모델이었고, 훗날 제프가 사업가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미겔은 특유의 성실함과 명석한 두뇌로 훗날 엑손의 경영진에 올랐다.

제프는 어린 시절부터 강한 자아와 총기를 드러냈다. 세 살 때 이미 아기 침대 대신 어른 침대를 써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어머니가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몇 시간 뒤 자신이 드라이버를 들고 스스로 아기 침대를 분리해 일반 침대로 바꾸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 출입문에 임시 사이렌을 달아 어린 동생들이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게 만든 적도 있다.

조숙한 제프의 또 다른 영웅은 외할아버지 프레스톤 기스였다. 제프는 열여섯 살 때까지 매년 여름을 미국 텍사스에 있는 외할아버지의 농장에서 보냈다. 프레스톤 기스는 미국 핵에너지위원회를 이끈 고위공직자였다. 과학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프레스톤은 외손자 제프를 발명의 세계로 이끌었다.

제프는 유일하게 프린스턴대에만 응시했다. “거기 아인슈타인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븐 호킹을 따라 이론물리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생애 최초의 좌절을 경험한다. 뛰어난 물리학과 학생들 틈에서 자신은 잘해야 중간 수준의 물리학자가 되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후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1986년 제프는 프린스턴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벨 연구소, 인텔 등 최고 유망 기업들이 그에게 입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택한 곳은 벤처기업 피텔(Fitel). 제프가 첫 직장을 선택한 기준은 ‘안정’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이었다.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피텔은 글로벌 주식 거래 네트워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담당 이사를 맡은 제프는 23세의 나이로 제트기를 타고 세계를 누볐다. 영국, 일본, 호주 등지의 계정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1988년 제프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뱅커스 트러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IT(정보기술)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26세에

그는 역대 최연소 부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에 곧 싫증을 느꼈다. 그런 제프를 사로잡은 이가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회사 D.E.쇼앤컴퍼니를 이끌던 데이비드 쇼였다. 제프는 1990년 D.E.쇼앤컴퍼니의 부사장으로 입사한다. 제프가 D.E.쇼앤컴퍼니와 결별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온라인 서점’에 대한 견해차였다. 당시 쇼는 제프에게 온라인 신규 사업 개척 프로젝트를 맡겼다. 웹의 가능성에 매혹된 제프는 전자상거래의 잠재력을 분석했다. 책은 전자상거래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란 결론을 얻었다. 지난 10년간 출판계의 데이터베이스 정리 작업이 끝난 데다 보관과 운반이 쉽고 비용도 싸게 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쇼는 그의 제안을 현실성 없다며 거절했다.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는 생각은 대단하지만, 이미 7자리 숫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 할 일은 아니네.”

1994년 제프는 연봉 100만달러짜리 직장을 미련 없이 떠났다. 아내 매킨지와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며, 자동차 안에서 사업계획서를 썼다. 1995년 2월 회사 설립 등록을 한 제프는 그 이름을 아마존닷컴이라고 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인 아마존강은 아마존 다음으로 큰 강보다 10배나 크다. 제프는 차등 경쟁자보다 10배 이상 큰 회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창업 자금 모금은 제프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난생 처음 창업하겠다고 100만달러를 구하는 20대 중반의 젊은이에게 벤처투자자들이 지갑을 열 리 만무했다. “동네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은 주문하면 된다.” “성공하더라도 미국 의회 도서관보다 더 큰 물류 창고를 지어야 한다.” 1995년만 해도 인터넷의 상업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서류 한 장 보지 않고 10만달러를 투자한 사람도 있었다. ‘창업 아이디어를 보지도 않고 창업자의 뛰어난 자질을 높이 산’ 부모님이었다. 그는 실패 가능성을 대비해 가족에게 “10만달러를 모두 날릴지 모른다”고 미리 경고했다. 제프가 투자자들을 설득한 비결은 바로 객관적인 자료였다.

아마존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가격경쟁력은 아마존이 후발주자를 따돌릴 수 있는 요인 중 하나였다. 1999년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서점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온라인 서점을 개통하며 역공에 나섰다. 여기에 맞선 아마존의 전략은 ‘베스트셀러 50% 할인 판매’였다.

뒤늦게 온라인서점을 연 반스앤노블과 보더스닷컴이 아마존의 할인 전략을 따라 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고객 웹페이지 구축에 꾸준히 투자하고 온라인 서점에 맞는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아마존이었다. 결국 경쟁자인 보더스닷컴도 항복을 선언했다. 2001년 아마존과 브랜드를 공유하고 물류 시스템을 빌려 쓰는 협력관계로 돌아선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아마존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0년 인터넷 사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주당 100달러에 이르던 주가가 6달러로 추락했다. 한때 100억달러에 육박하던 그의 재산도 2002년에는 15억달러로 줄었다. 베조스는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는 관심 없다. 고객에게 집중하자”고 직원들 독려했다. ‘종합 인터넷 쇼핑몰’ 구축을 위한 사업 다각화도 꾸준히 진행했다.
2003년 아마존은 창업 이후 최초로 3500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 아마존은 인터넷기업 거품 붕괴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알짜 기업으로 부상했다.

한발 앞서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내는 것은 제프의 특기다. 전자책은 아마존의 주요 수입원인 종이책의 판매를 잠식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의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제프는 전자책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는 2007년 킨들을 처음 선보이며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디지털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킨들의 가장 큰 경쟁자는 애플의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다. 화려한 컬러에 인터넷,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태블릿PC는 흑백 텍스트를 제공하는 전자책보다 훨씬 진화한 듯 보인다. 전자책이 결국 태블릿PC로 수렴되는 것은 아닐까. 제프 베조스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반박한다. “아마존은 태블릿PC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현재 100개 회사가 만들고 있다. 우린 독서에 특화된 기기를 만들고 싶다. 그게 우리가 갈 길이다.”

아마존의 성공전략분석

아마존의 전략을 분석해 본다. 아마존이 승자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통 큰 투자이다. 투자의 핵심은 ‘스피드’ 이다. ‘당일 배송’ 아침 9시 이전에 아마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 저녁 전에 받아볼 수 있다. 아마존은 LA·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서부 연안 지역에만 향후 3년간 5억달러를 투자해 10개 넘는 물류 센터를 짓는다. 심지어는 물류 센터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키바 시스템’이라는 로봇 회사를 7억7500만달러에 최근 사들였다. 쇼핑주문을 한 고객은 빠른 배송을 원하며 아마존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 전략의 배경이다.

“인터넷 화면이 뜨는 속도가 0.1초가 느려지면, 1%씩 고객 반응이 나빠진다” 아마존의 분석이다. 느리면 진다는 것이다. 속도의 대안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컴퓨터 여러 대를 연결해 하나의 컴퓨터처럼 운영하면서, 필요할 때 가상(假象) 컴퓨터 여러 대를 만들어 사용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서 아마존의 입지는 단연 독보적이다.

비인간적인 인간

아마존을 ‘인터넷 쇼핑의 최종 종착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베조스는 이미 달성했다. 베조스는 비인간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똑똑하게 일하기, 열심히 일하기, 장시간 일하기 같은 (가정을 포기하고) 일에만 집중하라고 직원을 압박한다. 그는 직원들을 소모품처럼 대하고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경비 절감을 위해 회사는 직원들의 주차비와 간식비까지 받는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물류센터는 쌀쌀한 날씨에도 난방 기계는 작동 할 수 없다. 아마존은 또 세금을 내지 않는 기업으로도 악명이 높다. 사무소나 물류창고가 있는 미국의 각 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도 전자상거래 기업임을 내세워 납세의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베조스가 창업 장소로 시애틀을 선택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도 세금을 적게 내려는 꼼수였다.

“여태껏 쌓아올린 사업(인터넷서점)을 죽여(서라도), 종이책을 파는 모든 사람들을 실직자로 만들 것처럼 디지털 사업을 진행”하도록 명령한다. (브래드 스톤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그렇다. 베조스는 전쟁터에 있다. 이 전쟁은 피를 흘리지 않지만 더 큰 상처를 줄 것이다. 전통적이고 우호적인 가치는 파괴될 것이고 주주 몇몇의 이익을 위해서 직원은 머슴으로 남을 것이다. ‘지옥은 두렵지 않을까’ 내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누가 베조스가?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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