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3121명 과연 그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7년간의 연구 결과물 중 일부를 공개한다.
이 글을 읽다가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어도, 반복해서 읽고 또 읽기 바란다.
기존의 공부법은 암기식 학습법이다. 보통학생 3만 여명의 공부법은 평소 때나 시험 때나 비슷하다. 열심히 줄긋고, 반복해서 쓰며 결국에는 ‘외우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3만명의 공부법 첫 번째 ‘암기’에 대해 알아보자. 무조건 외워야 한다. 책에 나온 내용을 머리 속 창고에 잘 쌓아두는 것. 그것이 공부다. 그러기 위해 색깔 볼펜과 형광펜을 들고 정신없이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표시한다. 연습장을 펼쳐놓고 몇 번을 써가며 책에 보이는 내용을 외우고 또 외운다.
두 번째 문제풀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 교과서를 다 외웠으면, 이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보통 학생들은 문제를 많이 풀고 익숙해지는 것이 공부의 왕도라고 배웠다. 늘어가는 문제집 수를 볼 때마다 뿌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에 10문제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50문제 이상은 풀어야 공부한 기분이 든다.
세 번째 펜 & 손 ? 위의 공부법을 위해서는 안정된 자세와 펜, 연습장이 필수다. 공부는 손으로 하는 거다. 노동이다. 열심히 필기하고, 문제풀고, 연습장에 써봐야 한다. 그런 우리들의 뒷모습은 매우 안정적이고 무게감 있다.
보통학생 3만여명도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번 학기 초나 방학이 되면 의욕 넘치는 기분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 계획표는 3일을 못 간다. ‘작심삼일’은 전인류에게 해당하는 절대명제이기 때문이다. 계획은 계획일 뿐, 지키는 것은 ‘의지의 문제’이다.
첫 번째 시간 위주의 계획이 있다. 우리들의 계획표에서는 ‘시간’이 최우선 기준이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슨 공부, 몇 일부터 몇 일까지 무슨 공부라고 적는 것이 계획세우는 정석이다. ‘이번 방학 때는 역사를 이루어보겠노라, 널널해 보이는 계획표는 용납할 수 없다’며 자꾸 시간을 쪼개고 목표를 추가해 놓는다. 이런 식의 계획은, 매우 화려하다. 행여 친구들이 보기라도 하면, ‘정말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매우 뿌듯하다. 지키지만 하면 무조건 서울대다!
두 번째 밀린 계획들Delay 처리가 있다. 뜻밖에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예상치 못한 가족행사를 맞닥뜨린다. 계획을 못 지키는 날들이 늘어나고, ‘밀린 계획들(Delay)’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애초에 미루지 않을 것을 각오하고 세운 계획이기에 한 번 무너지면 겉 잡을 수가 없다. 신경질이 난다. 짜증이 난다. 결국 3일째. 계획표를 찢어버린다. 아니면, 벽에 붙어는 있지만 벽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종의 ‘장식품’으로 전락해 버린다.
세 번째 계획실천율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3만명 학생들의 계획실천율은 형편없다.(13.1% – 스터디코드 연구 수치) ‘작심삼일이 100번이면 1년이다.’라는 허망한 구호아래, 수 십번도 넘게 계획표를 만들고 찢어버리고, 만들고 찢어버린다.
자 3만 명과는 전혀 다른 서울대 3121명 공부법을 말한다.
첫째, 이해식 학습법이다. 서울대 3121명은 ‘이해’에 목숨을 건다. 물론 그들도 내신 때는 살벌하게 외우고, 벼락치기, 초치기를 총동원한다. 이해식 학습이 지배하는 시간은 시험 기간이 아닌 ‘평소’다. 이들은 이 때, 특별한 학습법으로 개념을 파고 또 판다.
첫 번째 서울대 3121명 그들은 ‘깊게’ 들어간다. 책에 주어진 내용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써 있지 않는 내용까지 깊게 파고든다. 깊게 파고들 때 사용하는 방법은 ‘정독’이나 ‘반복 읽기’가 아니었다. 바로 ‘질문’이었다. 그들은 책에 써 있는 모든 내용에 ‘왜?’라는 질문을 붙인다. 그리고, 답을 찾아 헤매고, 찾으면 찾은 답에 또 꼬리를 물고 ‘왜?’라는 질문을 붙인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능/논술이 바로 이런 것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수능/논술에서 원하는 ‘이해’는 책에 씌여진 것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이기 때문이다.
예) ‘진흥왕이 순수비를 세웠다.’(책에 나온 내용)
(이하 책에 나오지 않는 내용)
-> 왜? 무언가 자랑하고 싶어서…
-> 무엇을? 삼국시대니까 영토확장
-> 그래서? 한강유역이 중요했으니 한강 위 ‘북한산’에 세웠지.
최종결론 : 진흥왕 = 비석 = 영토확장 = 한강유역 점령 = 최전성기 왕
(유명한 국사 강사의 수업을 들으면, 이 내용을 외우게 한다. 서울대생들은 이걸 ‘혼자서’ 생각해냈던 것이다. 학습법은 간단했다. ‘질문’을 통해 한없이 깊게(Deep) 내려갔을 뿐!)
두 번 째 그들은 깊게 파고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Back)’ 물러선다. 딴 생각을 하거나 쉬는 것이 아니다. 뒤로 물러서면서 ‘새로운 공부’에 돌입하는 것이다. 그들이 뒤로 물러서서 가장 많이 하는 공부법은 바로 ‘목차보기’이다. 즉, 지금 공부하고 있는 부분과 예전에 배웠던 부분들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 역시 수능/논술이라는 ‘새 시대의 시험’을 위해서다. 수능/논술에 지겹게 따라다니는 꼬리표. 바로 ‘통합단원, 통합교과, 종합적 사고력’ 때문이다. 학력고사 시대에는 한 단원, 한 개념을 각각 잘 외우고 있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는 여러 단원, 여러 과목을 ‘묶어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예) 신라에 진흥왕이 있다면? 잠깐 뒤로(back) 물러나보자.
고구려에는? 누가 비석을 세웠지? 아하! 광개토대왕, 장수왕!
그러고보니, 광개토대왕,장수왕은 고구려 시대 최전성기의 왕이자, 한강유역 점령!
e 최종결론 :
삼국시대 최전성기 왕 = 비석 = 영토확장 = 한강유역 점령! (추가적으로 고려, 조선까지 Back하면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도 학원에 가면 강사가 ‘외우게’ 시킨다! 이 작은 차이, 즉 혼자서 이걸 생각해내느냐 못해내느냐가, 서울대생과 아닌 학생을 구분짓는 것이다!)
세 번 째 팔짱과 탐색이다. 위에서 배운 원칙을 위해서 그들은 펜을 들고 줄을 긋거나 백번씩 연습장에 쓰며 외우지 않는다. 놀랍게도 펜을 놓고 팔짱을 끼고 눈을 감는 경우가 많다. 깊게 생각하고 책에 씌여 있지 않는 내용을 뽑아내려면 ‘묵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얌전하고 무게감 있다는 것도 학력고사 시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시대의 서울대생들은 지저분한 책상 위에서 산만하게 공부한다. 그들은 그들이 ‘질문’한 내용을 이곳저곳에서 찾아봐야 하며, 정신없이 다른 단원,과목과 지금의 내용을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계획식 학습법에 관해 알아보자! 서울대 3121명은 내신/수능/논술을 동시에 대비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내신 때 공부와 평소 공부를, 1,2학년 때 할 공부와 3학년 때 할 공부를 ‘구분지어’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지킨다.
첫 번째 사명Mission형 계획을 세운다. 그들의 계획표에서는 ‘시간’이 우선이 아니다. 그 달, 그 주, 그 날 무엇을 해야 할지, 그 분량과 Mission만 기록되어 있다. 시간 계획은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세운다.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장기 Mission을 먼저 설정하고, 이것을 쪼개어 단기 Mission을 설정한다. 이래야만 3년 내에 ‘반드시 해야 하는 공부’를 빼먹지 않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눈 앞의 몇 일을 보지 않는다. 3년을 본다.
이런 식의 계획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초라하고 널널해’ 보인다. 그들은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이 초라한 계획을 중간에 버리지 않고, 3년을 가져간다.
두 번째 연기된 공부 처리에 대해 알아보자. 그들의 계획수립 철학은, 뜻밖에도 ‘나는 어차피 계획을 못 지킬 것이다.’ 라는 것이다. 위에서처럼 Mission 중심으로 ‘널널하게’ 세워놨음에도 여전히 계획을 못 지킬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이런 상황을 처리할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 둔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로, ‘밀린 계획들(Delay)’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넘어간다.
하루는 어길 수 있다. 한 주는 어길 수 있다. 한 달은 어길 수 있다. 그러나, 1년을 보면,3년을 보면, 그들의 계획은 삐걱대며 계속 나아간다. 중간에 버려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그들의 계획실천율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높다.(66.9% – 스터디코드 연구 수치) 그들은 의지의 화신들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특별한 방법’을 알았을 뿐이다. 잘 세운 계획이 높은 실천율을 만든다.
[조남호 스터디코드 대표. www.studycod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