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무엘 코리언저널 기자 ten@tenspace.co.kr]
NH투자증권이 최근 발간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는 향후 세계 경제를 이끌 핵심 동력으로 미국 중심의 산업 혁신을 꼽았다. AI, 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는 다시 경제 성장으로 선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1990년대 초반 이후 30여년 만에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인구와 투자 증가, 노동생산성 개선 등 성장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미국의 소프트웨어 투자 증가세는 90년대 초반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발 산업 혁신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한편, 국가간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도 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첨단 기술과 공급망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면서 유럽, 중국 등 여타 국가와의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방비 지출 확대로 버틸 수 있겠지만, 혁신 산업의 부재로 인해 성장 동력이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인구 감소,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잠재 성장률 자체가 떨어지는 가운데, 제한적인 경기 반등에 그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번 경기 확장국면이 2025년까지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금리에 취약한 민간 부문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언젠가는 경착륙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3~4년 뒤에는 가계의 고금리 차입자 비중 상승, 회사채 만기도래 급증 등으로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지 않아 경제 전반의 위험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성장률 둔화와 물가 안정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 상승에 따른 중립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Fed가 국채 매입 축소(QT) 속도를 조절하며 장기금리의 급격한 변동성을 제어하려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와 수익률곡선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수출과 내수 양 축의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고금리 여파로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가계와 기업의 레버리지가 주요국 대비 양호한 만큼 금융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국내 경기 역시 2024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