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4.환(煥)]
실제 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한자다. 그러나 이름에 많이 쓴다. 주변을 둘러보시라. 친구 중에 ‘~환’이라고 부를 사람 적지 않으실 듯.
우선 뜻풀이. ‘불이 모여 있는 상태’ 또는 ‘여러 개의 불’이다. 그런 상황이면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밝다’ ‘빛난다’다. 새김이 그러하니 이름에 이 글자를 많이 쓰는 것이겠지…. 우리 식 성어에 이 글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재기환발(才氣煥發)’이다. 재주와 그 기운이 환한 불꽃처럼 빛이 난다는 뜻이겠다.
중국에서도 그 쓰임은 많지 않으나, 그래도 한국의 용례에 비해서는 훨씬 풍부하다. ‘煥然一新(환연일신)’이라고 적거나, 아예 ‘煥然’이라고 적어 모양과 색깔 등이 과거에 비해 아주 달라진 모습을 가리킨다. 면모(面貌)가 아주 새로워진 경우도 그에 해당한다.
그나저나 이 글자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이 글자를 이름에 쓰는 과거 5공화국의 권력자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 때문이다. 비밀스럽게 모은, 액수도 엄청난 돈을 지녔다고 소문난 이다. 천문학적인 그 비자금(秘資金)은 많은 의혹에 싸여 있어 행방에 사람들은 초미(焦眉)의 관심을 기울인다.
부정한 방법, 부당한 방도로 쌓아 숨겨둔 재산이라면 깨끗하게 털고 넘어가는 것도 좋은 일이다. 불꽃처럼 등장해 그 이름자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환연’하게, 그러니까 과거의 껍질을 아예 벗어버리고 전혀 새롭고 참신한 면모로 세상의 인심을 사는 게 어떨까. 사회에 환원해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말이다. 돈에는 장사가 없다니, 정말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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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풀이]
?煥(불꽃, 빛날 환): 불꽃 또는 그 광채(光彩)를 의미한다. 원래는 불이 여러 개 모여 있는 모습이다. ‘상태’를 나타내는 연(然)이라는 글자가 뒤에 붙으면, 뜻은 ‘아주 밝게 빛나는 모습’이다. 그 의미에서 발전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새김도 얻는다.??
才(재주 재): 사람이 지닌 능력을 뜻한다. 하늘이 내린 재주가 천재(天才), 학습 능력 등이 매우 뛰어나면 수재(秀才), 재주가 뛰어나다 해서 준재(俊才)다. 꼭 좋은 말만 있지 않다. 범재(凡才)는 평범한 재주의 소유자, 용재(庸才)는 별 쓸모없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다.?
一新(하나 일, 새로울 신): 한 번 바꾼다고? 아니다. 하나를 뜻하는 ‘一 ’은 여기서 ‘전체’ ‘모두’의 의미다. 순 우리말 ‘온(온 누리)’처럼 한자 ‘一’은 때로 ‘전체’ ‘만물’ ‘처음과 끝’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다. “분위기를 일신하자”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데, 그 진정한 뜻은 ‘아예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싹 바꿈’이다.
[중국어]
煥然?huan ran: 밝은 모습. 그리고 빛에 어우러져 눈이 부시게 만드는 광채(光彩)의 뜻도 있다. 아주 분명한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煥然一新?huan ran yi x?n: 성어로 자리를 잡았다. 자주 쓰인다. 아주 참신해진 모습, 또는 그 상태다. ‘?然如新’?huan ran ru x?n으로 적기도 한다. 비슷한 말로 ‘耳目一新’ ?r mu y? x?n이 있다. ‘들은 것 본 것 모두 새롭다’라고 푸는 사람도 있으나, 귀(耳)와 눈(目)은 사실 ‘얼굴’을 뜻한다. 따라서 ‘모습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다’ 아닐지 모르겠다.??
依然如故?y? ran ru gu: 앞의 두 글자 依然(의연)은 바뀌지 않는 모습, 바꾸려 하지 않는 상태다. 같을 여(如)와 옛 고(故)가 뒤에 나오니, 전체 뜻은 ‘옛 것 그대로 바꾸지 않고 꾸물대는 모습’이겠다. 그러나 친구와의 옛 정의를 쉽게 바꾸지 않음은 미덕이니, 꼭 나쁜 뜻은 아니다. 앞의 ‘煥然一新’과는 아무래도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 성어다.
유광종 책밭 대표는 기자 생활 22년의 전(前) 언론인이다. 중앙일보 사회부를 비롯해 국제와 산업,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부문을 거쳤다. 주력 분야는 ‘중국’이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뒤 홍콩에서 중국 고대 문자학을 연구했다. 대만의 타이베이, 중국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해 중국 권역에서 생활한 기간은 모두 12년이다. 중앙일보 인기 칼럼 ‘분수대’를 3년 2개월 집필했고, ‘한자로 보는 세상’도 1년 동안 썼다. 저서로는 ?[연암 박지원에게 중국을 답하다] [중국은 어떻게 모략의 나라가 되었나] [장강의 뒷물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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