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수 칼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배동수 코리언저널 자문위원 ten@tenspace.co.kr]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등장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우리 노동시장의 새로운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마주치는 이들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성이 오히려 그들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밀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23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취업자의 약 9%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수치조차 과소평가되었다는 지적이 있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플랫폼 경제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배달앱 기사, 대여제품 방문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 및 수리원 등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 직종이 급증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지만,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의 경우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근로시간 제한이나 초과근무 수당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학습지 교사들은 회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만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을 ‘영원한 을’의 위치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 2014년 이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정확한 규모와 근로 조건, 직종별 특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

둘째, 법적 지위의 확립이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자’로 제도화하거나, 제3의 근로자 형태로 인정하여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이나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지원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용 지원센터를 운영하여 법률 상담, 권리 구제, 교육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추진할 수 있다.

넷째, 표준계약서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직군/직종별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여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물기사나 택배기사의 경우 이미 표준계약서가 권장되고 있으나, 이를 모든 특수고용 직종으로 확대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보험의 확대가 필요하다.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고용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으로 보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때 보험료 부담에 대한 합리적인 분담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안전보건의 강화가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안전보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달앱 기사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 교육과 장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문제는 단순히 노동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형평성과 정의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 권리 보장에서 소외되어 있다. 택배기사가 없다면 우리의 온라인 쇼핑은 불가능할 것이고, 대리운전기사가 없다면 음주운전 사고는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노동은 우리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되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이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들의 노동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모든 노동자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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