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수 칼럼] 침묵의 아우성: 자영업자들의 고독한 사투, 우리 경제의 적신호

[배동수 코리언저널 전문위원 ten@tenspace.co.kr] 요즘 서울 도화동 거리를 걸으며 느끼는 적막감이 심상치 않다. 한때 활기가 넘치던 상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심지어 권리금도 포기한 채 처분하려는 자영업자들의 모습에서 우리 경제의 암울한 현주소를 읽는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의 신호탄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공과금 인상의 여파가 자영업자들을 무자비하게 옥죄고 있다. 전기, 수도, 가스 요금의 연이은 인상에 이어 식재료 가격 상승, 택시 요금 할증 변경까지. 원가는 치솟는데 매출은 곤두박질치는 악순환의 고리에 자영업자들이 갇혔다. 특히 전기요금의 경우, 계약 전력 개념을 모르는 영세 사업자들이 예기치 못한 추가 부가요금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덕동의 한 봉제공장 사장님의 사연은 가슴을 저민다. 하루 작업량이 6~7시간에서 2~3시간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공장 문을 열어두기 위해 오후엔 효도밥상 배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다. 월 30만원의 추가 수입이 그에겐 생존을 위한 마지막 동아줄이다. 광장시장의 인테리어 업자는 한때 명동, 광화문, 동대문 일대 호텔들의 정기 유지보수 물량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했지만, 지금은 발주 물량이 급감해 가게만 겨우 열고 있다. 이들의 사연은 우리 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침묵이다. 현실을 토로하면 구속될까 두려워 입을 다문다. 그들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보다 더 큰 절망감을 읽는다. 과거의 위기에는 그래도 희망과 극복의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하다.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고용 불안정과 경제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영업의 붕괴는 곧 지역 경제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먼저, 공과금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를 위한 차등 요금제 도입이나 한시적 감면 정책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식재료 생산 및 유통 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중간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배달 수수료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 간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규제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택시 할증제 개편, 단체급식 제도 개선, 대형마트 영업 제한 완화 등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정책과 고용 안정성 강화,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복지 정책 등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적 처방으로, 소비 진작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도 검토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기의 재난지원금이 지역 경제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유사한 형태의 지원책이 현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550만 자영업자의 울음소리는 곧 우리 경제의 적신호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귀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침묵하는 아우성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우리 경제의 회복은 자영업자들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웃음이 돌아올 때, 우리 사회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