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훈의 수다(需多)]
변수(變數)는 ‘기억의 아득한 저편에 있는 수학용어’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變數 그냥 한자 그대로 ‘변하는 수’ 즉 수학적인 정의는 수식에 따라 변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이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는 수학의 정의와 다르게 “변수(變數)는 아직 알려지지 않거나 어느 정도까지만 알려져 있는 양이나 정보에 대한 상징적인 이름”이라 정의한다.
Black Swan = 변수
변수에 대한 컴퓨터프로그래밍의 정의에 대한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Black swan이라 할 수 있다.
Swan! 번역하면 백조를 말한다. 유럽에서는 17세기까지는 swan은 흰 색의 깃털을 가진 새 즉 백조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1697년 영국의 자연학자 존 라삼이 오스트레일리아 서쪽에서 black swan 즉 흑백조(黑白鳥)를 발견하면서, 기존의 선입견이?일거에 무너지며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 블랙스완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책 “The Black Swan”에서 위의 모티브에서 검은 백조를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라 말한다. 저자는 통계학적으로 과거의 경험으로는 그 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영역 바깥에 놓여있는 관측값 즉 극단값이라는 통계학적 용어로 표현하였다.
어찌 보면, ?’변수에 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정의’와 ‘나심 탈레브의 극단값’ 즉 black swan을 쉽게 표현하면, ‘하필이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벌어지지 않고 예상되지 않은 일이었는데, 하필이면 벌어지는 그런 일일 것이다.
예측모형의 한계 : 변수
사람들은 흔히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한다. 데이비드 오렐은 ‘거의 모든 것의 미래(Apollo’s Arrow)’에서 미래예측에 대한 중요성과 그 한계를 지적하였다. 예측모형은 현재의 상태를 알고, 상태가 변화하는 규칙을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예측모형의 매커니즘을 세부적으로 날씨(대기의 현재상태), 건강(유전자), 경제(현재의 가격)의 초기조건과, 날씨(대기역학모형), 건강(유정형, 표현형, 외부환경간의 상호작용), 경제(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법칙을 가지고 저자는 검증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예측을 위하여 세운 수학모형이 쉽게 만들어지지도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한다고 단언한다. 날씨, 건강, 경제 등 각 부분에 있는 측정문제도 있겠지만, 미시적인 면에서도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가 거시적으로 봤을 때, 깔끔한 수식 하나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예측의 대상으로 보았던 각각의 수동적인 계(본 책에서 설명하는 각 부분)가 사실은 역동적인 질서를 유지하며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유기 생물체와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다양한 방식이 바로 변수이지 않을까?
예측의 극한적 한계 및 부작용 : 종교적 믿음
예측, 예언의 한계는 무엇일까? 바로 신뢰를 넘어선 신념이 아닐까? 앞의 책 ‘Apollo’s Arrow’의 책의 앞부분에서는 델포이 신탁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어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델포이에 참배하고 아폴로의 신탁을 받았다고 한다. 신녀인 파티아의 신성한 말을 운문으로 옮긴 그 말을, 사제들이 옮기고 사람들에게 전해 준다. 사람들은 이 애매모호한 말을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해석하여 무조건 옳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이제 예측, 예언의 부작용의 예를 들어보자. 어쩌면 가장 두려운 이야기라 생각된다. 그건 바로 신념이다.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고 믿는 그 믿음 즉 종교에 의해 벌어진 일이 최근 있었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다. 2,000년 전 자기네 땅이었기에, 1,500년간 살았던 원주민들을 가자지구라는 거대 수용소에 넣었고, 어린아이까지 무차별하게 죽이며 이를 멀리서 구경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보며,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예측, 예언의 부작용은 이러한 맹신에 의한다. 또한 지구가 둥글다를 말할 수 없었던 시대의 갈릴레이 등 무수하게 역사를 통해 그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측은…
하지만, 예측은 필요하다. 국제미래학회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큰 목적은 미래를 찍어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함이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이것은 예측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필자는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한다. 다만, 운율 즉 패턴은 비슷하지만, 정확히 반복되지 않은 것은 바로 변수 때문이리라.
무언가를 예측하거나 일을 시행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라.
당신이 100%라 확신하는 것도, 사실은 99%일 것이며, 나머지 1% 즉 변수에 의해 바로 지금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언저널 정원훈 편집국장 ten@korean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