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아름다움을 넘어 기능을 생각하다

[장정희의 마포이야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꼿꼿한 기개와 사계절 변하지 않는 푸르름은 우리의 정서와 깊이 맞닿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받는 나무라도 모든 곳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로수로서 소나무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는 가로수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침엽수인 소나무는 잎이 얇아 여름철 그늘 제공 효과가 떨어진다. 둘째, 도시의 공해에 매우 취약하다. 셋째, 봄철 날리는 송화가루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넷째, 뿌리가 수직으로 자라는 특성 때문에 보도 밑 시설물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등 병해충에 취약하여 관리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플라타너스(버즘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은 가로수로서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 나무는 넓은 잎으로 여름철 그늘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도시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높다. 또한 대기 오염 물질 흡수 능력이 뛰어나 도시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가로수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이 아닌 기능성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이 잦아지는 요즘, 그늘 제공 기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도시의 대기 질 개선, 생물다양성 증진, 도시 열섬현상 완화 등 가로수가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소나무를 가로수로 도입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적절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초기에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관리의 어려움과 기능성 부족으로 인해 결국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의 생육 부진과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로수는 한번 심으면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킨다. 그만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기적인 효과나 이미지에 치중하기보다는, 우리 도시의 미래와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로수 선정 시에는 해당 지역의 기후와 토양 조건, 대기오염 상태, 도로 구조, 관리의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수종을 혼합 식재하여 병해충에 대한 저항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소나무는 우리의 산과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 소중한 나무다. 그러나 모든 나무가 모든 장소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가로수라는 특수한 환경에는 그에 맞는 나무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정서에 맞는 나무보다는 도시 환경에 적합하고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가로수는 단순한 나무가 아닌 우리 도시의 녹색 혈관이며,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다. 아름다움을 넘어 기능을 생각하는 가로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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