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가 열릴 때마다, 포토존과 드롭존은 기자들간의 자리싸움 경쟁으로 뜨겁다. 어떤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좋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못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진에 대한 기준은 각각 다르다. 흔히 말하는 찌라시인가? 아닌가?에 따라 그 기준은 틀릴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영화제마다 각각 여배우들의 노출에 대한 기사가 각각 대서특필되는 이유도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목하는 기사를 생산해야만 하는 기자들의 입장이나, 언론에 노출되고 이슈가 되길 원하는 여배우의 입장 등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져 노출의 강도가 갈수록 강해졌던 것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이슈가 없었다. 노출에 관한 이슈가 없는 것은 영화제를 주관하는 주최측이 지난 18회의 개막식의 노출에 대한 비난이 너무 커졌다는 이유로 여배우의 노출에 대하여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슈가 있었다. 속살이 다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한 여성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과 플래시 세례가 어색하지 않은 듯 여유로운 미소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그녀의 은색 드레스는 검은색 스트라이프로 포인트를 준 롱드레스. 정면에서는 평범한 롱드레스지만, 측면이 상체부터 하체까지 시스루로 디자인된 옷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간 뜨.지.못.했.다.
듣보잡! 취재진들도 주최측들도 그녀의 이름을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취재 이후 청룡영화제에 같은 디자인인 시스루 롱드레스를 입었던 이은우와 확인 작업을 거쳤지만, 이은우는 아니었다. 그 뒤 기자들에게 배포된 개막식 참가자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지만, 그녀로 추정되는 이름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녀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지만, 언론에 노출시킬 기자들이 그녀의 이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녀는 이슈화가 되지 못했던 기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우와”라는 탄성과 눈길을 끌었지만, 그녀의 이름은 연예인에 밝은 연예기자들도 모르는 진정한 듣보잡이기에 개막식 후 일주일동안 묻힐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여곡절과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끝에 밝혀진 그녀의 이름은 서리슬. 본명이 홍설희인 그녀는 1989년 생으로 명지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001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단역으로 본명인 홍설희로 출연했으며, 공식적인 데뷔는 2003년 TV문학관 ‘효를 찾아서’에 출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KBS가 2013년 3월 사이버테러 이후 복원되지 않은 프로그램들 중에 속해있기에 찾을 수 없었다. 아무튼 ‘서리슬’이라는 예명을 가지고 단역으로 궁녀(2007)로 영화에 데뷔 후 뻐꾸기(2013),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2014). 러브멘토(2014)등의 영화에 출연한 무명배우이다. 긴 무명기간을 거친 26세의 늦깍이 신인배우로서 뜨기 위해 선택한 것은 19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노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를 쓰는 10월 8일 현재 확인된 결과, 그녀의 이름이 언론에 등장한 10월 7일 부터 그녀는 다음, 네이버, 줌의 실시간 검색어에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할 수 있다. 첫째, 선수끼리(?)의 매커니즘을 몰랐기 때문이다. 즉 매니저가 홍보의 ABC도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개막식에 가기 전 이미 뉴스1이라는 곳과 인터뷰를 했기에 그 기자에게 슬쩍 흘리는 선수(?)끼리의 매커니즘을 활용하지 못했다. 둘째, SNS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못 찾았으면, 본인이 나서야 한다. 사진과 함께 2014부산영화제 노출로 검색태그를 넣어놓았다면 어느 정도 검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셋째, 기사의 적시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이라도 알려지면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이 실시간 검색어10위내에 오르지 못한 굴욕을 당한 것이다.
각설하고, 그녀는 뜨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글 이희재 hi@koreanjournal.net]